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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근로시간 단축 전격 합의…주당 68시간→52시간 - 기업 "인건비 부담 너무 커"
  • 기사등록 2017-03-21 16: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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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원내교섭단체 4당이 20일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기본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쳐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적으로 5일로 간주된 1주에 대한 규정은 7일로 하고,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년간, 300인 미만 사업장은 4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환노위는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을 23일 여는 소위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하태경 고용소위 위원장(바른정당)은 “쉽게 말하면 52시간 이상 노동금지법”이라며 “그동안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수차례 논의에도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진전이 없었지만 이번에 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합의에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추가 고용이 불가피해 인건비가 너무 늘어난다”며 “중소기업들에는 존폐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로 시간 단축은 해묵은 과제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적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勞使政委員會)는 수 년간 해당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해왔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노사정이 합의안 만들기에 애쓴 이유는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릴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이 일시에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추산 약 7조6000억원, 한국경제연구원 추산 12조3000억원이다.
이 때문에 노사정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근로시간 단축의 완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 시간 단축은 정치권의 난제(難題)중 난제다. 노사정의 의견 차이가 첨예해 수년 간 합의가 진전되다가 엎어지는 일이 되풀이 됐다. 정치권과 노사정이 노동시간 단축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발표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1주일이 주중 5일인지, 주말을 포함한 7일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주일을 5일로 유권해석해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주 68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 근로를 권고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자들에게 주말 16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게 한다. 기업들은 주 52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당장 축소해야 한다. 이렇게 운영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정 근로시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휴일 근로수당과도 직결된다. 기업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12시간)와 휴일근로(16시간)에 대해선 통상임금에 50% 할증을 붙인 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 중복 할증이 생긴다. 휴일에 근무한 것은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므로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다 휴일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을 각각 합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휴일근무에 따른 기업의 수당 지급 부담이 지금보다 최소 두배 이상 늘어날 수 있는 지점이다.
국회 환노위가 지난 20일 합의한 내용은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년간, 300인 이하 사업장은 4년간 한시적으로 도입이 유예된다. 해당 기간 동안 주당 52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해당 방안은 지난 2014년 국회 환노위 내 노사정소위원회에서 거론 된 바 있다. 당시 환노위 내 노사정소위는 비슷한 방안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합의에 실패한 이유는 기업들의 휴일근로 가산 수당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휴일근무 수당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사측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국회 환노위의 이날 합의안은 업주에 대한 처벌은 한시적으로 면제했지만,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금 문제는 정리하지 못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2~4년간 주당 52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생기는 가산 수당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 주당 52시간 원칙을 어길 순 있어도 근로자들에게 지금 보다 휴일 근로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환노위 합의 사안은 지난 2014년 환노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했던 방안과 같은 것이다”라며 “당시 휴일 근로 가산 수당 문제로 중소기업들이 반대해 좌초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회 환노위 노동소위는 지난 2014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안을 다시 꺼내들었지만, 당시 합의에 실패한 난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가산금 할증률 문제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은 국회 환노위의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환노위는 21일 재논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처벌을 면제하는 것을 도입하고, 가산 수당은 기업들이 그대로 부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업들의 부담이 있어도 관련 방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또 환노위는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즉시 도입할 것인지 유예 기간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의원들의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환노위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은 주당 52시간 근로시간을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의원들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한다. 환노위는 오는 23일 소위를 열어 재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의원들이 주당 52시간 근로시간을 즉시 도입할 것인지, 유예할 것인지와 유예를 하면 면벌(免罰)로 할 것인지, 가산수당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들이 다 엇갈리고 있다”라며 “그래서 일부 의원들은 합의가 됐다고 발표한 위원장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강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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