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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진영 유일의 대안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캠프 내에서도 1일 불출마 선언이 나올 거라 예상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21일. 짧고 허망한 대권행보였다.
반 전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선언은 귀국 후 축소일로를 걸어 온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귀국 전 한때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귀국 후 급락해 10% 초반을 전전해 왔다. 큰 틀의 대권전략과 정치철학 부재가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TK(대구·경북) 소속 의원은 "반 전총장이 귀국 전부터 새누리당에 대해 당연히 나를 도울 것이라고 여겼다는데 이것이 패착"이라며 "그런 나이브한 태도로 국내정치에 임했으니 결국 보수결집은 물론 중도 세력 확장에도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후 목도한 국내 정치현실에 반 전총장이 환멸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언론의 혹독한 검증에 시달려야 했다. 공항철도 개찰구에 만원권 두 장을 집어넣으려 한 것부터 편의점에서 수입산 생수를 집은 것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다. 편집된 성묘 영상은 '퇴주잔 논란'을 불러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반 전총장이 "가짜뉴스"라며 울분을 토한 내용이다.
야당은 매 건 반 전총장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 전총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이어갔다. 측근의 비리에 대한 공세는 날로 수위를 높여갔다. 반 전총장의 재산신고와 엮어 반 전총장의 아들까지 공격의 범위를 넓혔다.
결정타는 야권이 아니라 여권에서 날아왔다. 조기대선이 가시적인 상황에서 강력한 구심점이 될 대선후보가 절실한 여권은 끝내 반 전총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새누리당은 반 전총장과 '밀당'하다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은근히 새 대권주자로 밀어올렸다. 언제 불출마를 결심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오전"이라고 답했다.
반 전총장은 회견 후 쏟아지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쓸쓸하게 정론관을 돌아 나갔다. 새로 구한 '반기문 대선캠프' 사무실 입소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일 귀국 이후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정치교체’ 선언한 지 딱 20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지지율 하락이 결정타였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연말 “내 몸을 불사를 것”이라면서 대권출마 의지를 내비칠 때만 해도 20%대 초반의 지지율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위 자리를 위협했다. 귀국 이후 문재인 전 대표를 누르고 이른바 반기문 대세론을 유지하려는 구상은 크고작은 구설수가 지속되면서 줄곧 하락했다. 20%선이 무너지더니 10%대 초중반까지 폭락했다. 30%대 초중반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구가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내용이 더 심각하다. 특히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안방으로 여겨졌던 충청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마저 밀릴 정도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아울러 앞으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오죽하면 탄핵내각의 수장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대안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불거질 정도로 체면을 구겼다. 황교안 대안론이 부상하자마자 대권포기를 선언한 것은 비정치인 출신답게 애초 권력의지가 너무 약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강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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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2-01 17: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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