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향해 패착을 두지 말라 이렇게 강하게 비난했고, 정 의장도 연일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22일 당 원내대책회의는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성토장 같은 분위기다. 쟁점법안이나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을 적극 처리하지 않고, 사실상 야당 편을 들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새누리당은 22일 정 의장을 향해 “어디에서 오신 분인가”, “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반면 정 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 하에서 직권상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법안) 상정을 막는 야당의 부당한 행위에 의장이 동조해선 안 된다”며 “경제를 살리려는 이 법안들을 이른 시일 안에 직권상정하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에 난색을 표명한 데 대해 “여야 간 협의가 없다고 해서 합법적인 사안을 문제 삼는 의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과연 의장은 어디서 오신 분인가라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 의장의 20대 총선 광주 출마설, 신당 영입설 등도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 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에 대한 야당 영입설에 대해 두 사람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의장이 자진사퇴하고 새누리당 소속인 정갑윤 부의장에게 의장권한대행을 맡겨야 한다는 극단적인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언론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정 의장의 국민의당에 합류설을 언급하자 그런 말하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의사결정은 어떻게해서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 이것이 현행법 하에서 제가 직권상정을 못하는 이유”라며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도 물러서지 않고 정 의장을 거듭 압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정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국회의장실을 찾아 선진화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와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강희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