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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이 자살을 하면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메모지를 남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검찰은 10일 고 성 전 회장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바지주머니에서 메모지가 한 장 발견돼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부 여당 인사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였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리스트 내에 거론된 인물들의 범죄를 증명할 증거가 될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10일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나 경향신문의 녹음파일 모두 증거로서는 부족하고 검찰이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관련 인물의 진술 등을 다른 증거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메모나 인터뷰에는 '누구에게 돈을 줬다'는 말만 있는데 수사를 시작할 실마리가 될지는 몰라도 이것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돈을 준 일시, 장소 등이 담긴 구체적인 증거를 유족들에게 남겼을지 모르겠는데 이 부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망한 사람의 진술이나 메모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전제요건들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사망한 사람이 작성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문서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에는 각각 10만달러와 7억원이라는 액수가 적혀 있었고, 김 전 실장의 경우 '2006년 9.26'이라고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날짜가 적시됐다.
이밖에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지사의 이름과 1~3억원 등의 금액도 등장하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는 이름만 기재됐으며, '부산시장'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고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명단을 공개한 셈인데 검찰은 일단 "문서의 진정 성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메모에 대한 필적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핵심 당사자가 숨진 상태에서 확인이 어려운데다 공소시효 등 법리적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수사 착수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와 고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밝힌 메모지와 녹취록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정치자금법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이다. 따라서 2006∼2007년에 전달된 돈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전날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에게는 2006년, 허 전 실장에게는 2007년에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해 이 경우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지났다.
다만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3,000만원 이상의 뇌물이면 특정범죄가증처벌법을 적용하는데 공소시효가 10년까지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인사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김, 허 전 실장이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고 성 전 회장은 건설업자였으니까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대한변협 대변인은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뇌물죄를 가정할 경우 이 사건이 2006년이 있었다고 본다면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당시 환율은 달러당 944.2원으로 10만달러면 9,442만원이기 때문에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공소시효 7년은 이미 지났다는 분석도 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9일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넨 정황을 기록한 메모를 남긴 것으로 10일 확인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메모에는 검찰이 확인한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외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등 현 정부 핵심 인사 이름들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날 경향신문에 보도된 그의 사망 전 인터뷰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이 메모는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나왔다. 따라서 그가 애초 구체적인 의도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메모를 작성한 뒤 몸에 지니고 집을 나섰으며 인터뷰도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문 인터뷰에는 '말'이 실리지만 메모와 같은 문건은 물질적 실체를 띠고 있어 여론 호소력이 상당한 편이다. 메모 내용 자체가 정국을 흔드는 데다 만약 메모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성 전 회장의 정확한 심경을 알 길은 없으나 사망 전날 그의 기자회견 내용과 유족 의견 등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마당에 현 정권에 대한 서운함을 작심하고 표출하고자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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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4-10 18: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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