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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 정계 후폭풍 예고

헌법재판소가 30일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등은 선거구 획정에 관한 공직선거법 제25조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1월 14일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결정에서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3 대 1 이하로 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지나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선고 이유는 현행 공선법상 선거구 획정이 표의 등가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선법에 따른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의 인구는 10만 3,000여 명으로 최다 선거구인 서울 강남갑(30만 6,000여 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영천시민은 강남갑 지역구민에 비해 한 표의 위력이 세 배나 강한 셈이 되는 것이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광역지방자치단체간 의석 수 불균형도 조정될 전망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충청권(대전·충남·충북·세종)의 인구는 529만 9,803명으로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의 인구 525만 5,770명보다 많지만, 의석 수는 충청권이 25석에 불과하다. 반면 호남권은 30석으로 인구가 많은 충청권이 되레 5석이나 적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구가 늘고 있고 각 선거구별 평균 인원이 많은 서울·경기·충남의 의석 수는 늘어나는 반면 인구가 줄고 있으며 선거구별 평균 인원이 하한선에 가까운 경북 내륙·호남 농어촌·강원 산간 지역의 지역구는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표의 등가성 원칙이 지켜지는 반면 권역별 지역대표성이 훼손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의회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어 국회의원이 국민대표는 물론 지역대표의 성격까지 동시에 지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하원은 철저한 인구비례 원칙에 따라 선거구가 배정돼 캘리포니아주는 하원 의석 수가 53명에 달하는 반면, 버몬트주는 단 1명에 그친다. 반면 지역대표성을 띄는 상원은 캘리포니아주나 버몬트주나 의석 수가 2석으로 동일하다.
일본 역시 중의원은 인구비례 원칙에 따라 구성되며, 참의원은 지역대표성에 인구비례 원칙이 일부 가미돼 구성된다. 참의원의 경우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31개 현의 의석 수가 1석으로 동일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가 단원제로 구성되기 때문에, 헌재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비례 원칙이 강화되면 대도시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반면 농촌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알려진 이날 오후 국회는 어수선했다. 전체 선거구 획정이 헌법에 불합치됨에 따라 미세 조정이 아닌, 전국 246개 지역구를 모두 다시 획정해야 하기에 정치권에 미치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여야가 발표한 논평에도 이와 같은 정치권의 곤혹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선거구 재획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로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까봐 걱정된다"며 "대도시 인구밀집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도 "헌재가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대적인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졌다"고 우려했다.하지만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정우택 의원은 헌재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우택 의원은 "충청권과 호남권 인구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충청권이 호남권보다 의석 수가 적었던 상황은 헌법 정신에 명백히 어긋났다"며 "충청도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충청도를 무시한 선거구 획정을 헌법불합치로 판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표의 등가성이라는 헌법 정신에 투철한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게임의 룰'의 급격한 변화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치자 내심 불안감을 표하며 앞으로 선거구 획정 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메가톤급 이슈가 터진 만큼 이제 막 에드벌룬을 띄우려던 개헌 논의가 쑥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핵폭탄이 터진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여야 간 이해가 엇갈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과 인구밀집 지역인 도시 지역 의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광역시도 별로는 농·산·어촌 지역이 대부분인 영·호남 의원들의 우려가 컸고 상대적으로 인구에 비해 지역구가 비교적 적은 충청권 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에 반색했다.
영남이 지역 기반인 새누리당과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립하던 평소와 달리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이른바 '지역 대표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일제히 드러냈다.
이는 다시 말해 농·산·어촌은 현행대로 인구 비례 원칙에서 어느 정도 예외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사실상의 양당 체제하에서 여야가 이처럼 이해타산이 대체로 일치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대목은 앞으로 선거구 획정 논의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여야 교섭단체가 막후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마음대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것)을 통한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행 의원정수(300석)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통·폐합을 줄이고 분구조정을 시도해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면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선거법에 따라 중립성을 담보하는 공식 기구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있지만 이해 당사자인 정치권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획정위가 실제 작업에 나서기 전에 국회 정개특위가 지역구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원 정수 등을 비롯한 대강의 룰을 먼저 정할 수 있고 획정위 구성 과정에도 여야가 얼마든지 입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헌재 결정 직후 일제히 대책회의를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가동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헌재가 선거구 획정 시한을 내년 12월31일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마음이 급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의 필요성이 생겼다"면서 "원내대표 간에 합의해 정개특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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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31 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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