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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카스트로 악수…통합 가르친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10일 열린 공식추도식에는 100여명의 전 세계 전·현직 정상이 참석해 규모 면에서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뛰어넘었다. 추도식은 유대·힌두·이슬람·기독교 성직자들이 종교를 넘어 차례로 만델라를 위해 기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라 한마음으로 만델라의 위대한 유산을 칭송하고 기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만델라를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과 비견하며 ‘역사의 거인’으로 회고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투쟁은 여러분의 투쟁이었고, 그의 승리는 여러분의 승리였다. 여러분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미국과 쿠바의 정상이 냉전 이후 50여년 만에 손을 잡았다. 6개국 대표 정상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 시작을,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마지막을 장식했다. 오바마는 연단으로 가는 길에 카스트로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카스트로 대통령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는 만델라와 오랜 우정을 나눈 사이다. 인종차별 정책을 편 남아공 백인정권에 맞서 투쟁하다 투옥된 만델라는 1990년 석방 후 쿠바로 가 피델 카스트로를 만났다. 87세인 카스트로는 건강 문제로 추도식에 불참했다. 미국은 1959년 카스트로가 쿠바혁명으로 집권한 뒤 국교를 끊고 금수조치 등 제재를 이어오고 있다. 반세기 넘게 단절된 양국이 만델라를 ‘다리’로 역사적인 장면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마디바의 투쟁에 함께했다지만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을 참지 못하는 지도자들도 많다”며 쿠바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남겼다. 라울 카스트로는 형과 만델라 간의 유대를 회상하며 “만델라가 1991년 쿠바에서 우리의 공동 투쟁에 경의를 표한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만델라는 존엄성의 상징이며, 평화와 화해의 선지자”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4명을 이끌고 추도식에 참석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현장에서 오바마와 함께하면서 미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으로 커진 갈등의 골을 잠시나마 메웠다. 짐바브웨의 장기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와 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어색한 동석을 했다.
만델라의 곁에서 20여년간 개인비서로 일했던 젤다 라 그란지는 지난 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온 정상들은 마디바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적과 악수를 하게 돼도,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다”며 “ ‘다름’이 있는 이들도 함께하도록 한 것이 만델라가 지금껏 해왔고 여전히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정상 간의 만남도 기대됐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추도식에 불참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달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된 후 적대적 관계를 풀어줄 훈풍이 불고 있으나 오바마와 로하니는 통화만 나눴을 뿐 대면한 적은 없다. 로하니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정무 일정 때문에 무함마드 샤리아트마다리 부통령이 대신 참석한다”고 밝혔다.

만델라 사망을 계기로 과거의 ‘적’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문 외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각국의 철저한 계산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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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11 15: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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